Page 3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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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37


            서 내려와 천자를 맞이해 들였는데,노란 수레덮개와 왼편에 깃털
            로 만든 일산이 즐비하고 수레며 말들이 꽉 메워 그 모습은 인간

            세상 황제의 의장과 다를 바 없었다.자리에 앉은 후 얼마 있으려
            니 졸개귀신이 한 승려를 결박한 채 명부전 앞으로 끌고 나왔는
            데,천자가 그를 질책하였다.

               “내 황제의 자리에 있던 40여 년 동안,나라를 다스리고 백성
            을 다스리는 데 별다른 잘못이 없었고 너희 불교에 대해서도 막
            은 일이 없으며 너와도 원수 진 일이 없었다.그런데 너는 어찌하

            여 진가에게 아부하고자 나에게 지나친 능욕을 가하는가?”
               마침내 사나운 역사에게 명하여 쇠송곳으로 스님의 왼쪽 엄지
            발가락을 찔러 높이 꿰어 든 후 채찍을 치니,그의 비명소리가 너

            무나 애처로워 코끝이 시큰하여 차마 들을 수 없었다.잠깐 뒤 물
            러 나왔으나 갑자기 죽은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천자가

            누구냐고 물으니 어느 사람이 송 이종(宋 理宗)황제라고 하였으며,
            채찍을 맞은 승려는 누구냐고 물었더니 항주 연복사 주지 택운몽
            이라는 것이었다.갑자기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자 연복사를

            찾아가 그 사실을 묻고 본 것을 증험해 보았으니 즉 운몽스님은
            왼쪽 엄지발가락에 부스럼이 생겨 고치지 못하고 이미 죽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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