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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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69


            일과 흡사하다 하겠다.




               35.황암 호두(黃巖濠頭)의 행각



               황암 호두(黃巖濠頭)정안인(丁安人)의 휘(諱)는 각진(覺眞),법
            호는 축심(竺心)이다.처음 위우산(委羽山)전절경(田絶耕)스님을

            찾아뵙고 느낀 바 있어 가족을 버리고 토굴을 마련하여 혼자서
            살아왔는데,용천사(湧泉寺)고우(古愚)스님을 만나자 고우스님이
            그에게 말하였다.

               “양가집 여자가 이쪽저쪽으로 달아날 때는 어떻게 하려는가?”
               “ 특별히 스님을 찾아뵙겠습니다.”
               “ 나는 이곳에 그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에 정안인은 한 차례 손뼉을 치며 말하였다.
               “30년 동안의 공부가 오늘 아침 무너졌다.”

               고우스님은 그만두었다.
               이에 그곳을 떠나 안산(雁山)춘우암(春雨菴)의 무제(無際)스님
            을 찾아가 문을 들어서며 말을 내뱉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행인들은 질퍽거리는 것을 싫어한
            다.”

               이에 무제스님이 “아니지,아니지”라고 하자 다시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할(喝)을 듣고 쫓겨 나오고야 말았다.만년에는 고을에

              것을 듣고 비구들에게 전했다.“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백세를 누리면서 생멸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하루를 살면서 생멸을 밝히는 것만 못하리’하셨느니라.”
              아난이 잘못 기억했다가 정법을 그르쳤다는 뜻으로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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