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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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았던 스님이 출타하여 함께 있던 스님 혼자서 잠을 자게 되었
는데 보통때와는 달리 많은 쥐떼들이 법석대는 소리가 들렸다.이
에 그 스님은 짜증을 내며 투덜거렸다.
“내가 어제 저녁에 너희를 놓아주었는데 너희는 도리어 이처럼
시끄럽게 구느냐?”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그의 자리 앞에 파란 색 끈 하나가 놓
여 있어 속으로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였다.며칠 후 그 스님은 그
끈으로 허리를 묶고 나갔는데 옆방에 있는 스님이 그것을 가리키
며 “이것은 내 것이다.침실에서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그대가 가
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 스님은 허리띠를 얻게 된 경위를 말해 주었으며 그때야 비
로소 그날 저녁나절 쥐들이 떼를 지어 옆방 스님의 끈을 훔쳐 보
답하려고 시끄럽게 떠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0.혜홍 각범(慧洪覺範)스님의 승보전
각범(慧洪覺範)스님의 승보전(僧寶傳)은 원래 백선사전(百禪
師傳) 이라 이름하였는데 대혜(大慧)스님이 처음 이 책을 읽은 뒤
그 중에서 19명을 뽑아내 불태워 버렸다.그 후 각범스님은 황벽
사의 지(知)스님에게 편지를 보냈다.종고(宗杲:大慧)스님이 백
선사전 을 훔쳐 본 후 그 중 19명의 전기를 불태워 버렸는데 무
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각범스님은 당시 불쾌하게 생각하였지만 끝까지 19명을 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