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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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이발사 장씨와 바늘장이 정씨의 게송



               이발사 장(張)씨는 이름이 덕(德)이며 은현 하수(鄞縣 下水)사
            람이다.대대로 사찰의 물자를 공급하는 장사로서 참선하기를 좋
            아하고 항상 대중을 따라 법문을 들었으며 스스로는 깨친 바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었다.어느 날 눈이 내
            려 어린아이들이 눈을 뭉쳐 불상 만드는 것을 보고서 선승들은

            제각기 게송을 지었는데,장씨도 뒤따라 한 수를 읊었다.


                 꽃 한 송이 여래 한 분 받들고 나왔는데
                 흰눈 꽃송이 둥글둥글 보조개에 미소짓네
                 해골이 원래 물이었음을 알았더라면

                 마야부인의 태 속에 들어가지 않았을 걸.
                 一華擎出一如來 六出團團笑臉開
                 識得髑髏元是水 摩耶宮裡不投胎



               바늘 만드는 정(丁)씨는 천태(天台)사람으로 서암사 방산(方山)
            스님에게 공부하여 인가를 받았다.그가 유리에 대하여 게송을 읊
            었다.



                 놔버리든지
                 집어들든지
                 한 점 신령한 빛

                 천지를 비추네.
                 放下放下 提起提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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