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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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서 명인사(明因寺)앞에서 승려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한 스님
            이 보따리를 들고서 곧바로 침실로 들어오자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 하는 중이냐?”
               “ 행각승입니다.”
               “ 네 발밑의 짚신짝이 떨어졌는데 어찌하여 그것도 모르느냐?”

               그 스님이 대답하지 못하자 그의 보따리를 내동댕이치고는 쫓
            아냈다.
               “이곳엔 네가 발붙일 곳이 없다.”

               또 한 스님이 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달마대사가 오시는구나.”
               “ 나는 달마스님이 아닙니다.”

               “ 분명 달마스님인데 콧구멍만 다르다.”
               어느 날 명인사의 비구니 규장로(奎長老)를 만나 물었다.

               “듣자 하니,노스님께서 간밤에 아이를 낳았다고 하던데 정말
            이오?”
               “ 말해 보아라,아이가 남자겠느냐 여자겠느냐?”

               “ 닭은 등잔을 물은 채 달아나고 자라는 낚싯대를 씹는구나.”




               36.우연찮은 경우에 환희심을 맛보다/육왕사 면(勉)시자



               육왕사의 면(勉)시자는 나의 친척 조카인데 어려서부터 참선에
            뜻이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요절하였다.그는 천태산(天台山)과 안

            탕산(雁宕山)으로 떠나가는 한 시자에게 송별 게송을 지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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