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26
26
그러자 덕산스님은 머리를 푹 숙이고 그냥 되돌아가 버렸다.
암두스님이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가엾은 덕산스님이 말후구(末後句)도 모르는군.”
그러자 덕산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노승을 긍정하지 않는가?”
암두스님이 이윽고 은밀히 그 뜻을 사뢰니 이튿날 덕산스님이
법좌에 올랐을 때는 평상시와는 전혀 달랐다.암두스님은 손뼉을
치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기쁘도다.덕산 늙은이가 말후구를 알아 버렸네.그렇기는 해
도 앞으로 3년밖에 살 수 없도다.”
이 공안(公案)을 총림에서 알음알이로 아는 경우는 매우 많지
만 정확하게 뚫은 자는 드물다.어떤 사람은 “참으로 이 구절[此
句]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어떤 사람은 “아비와 아들이 서로 부
르고 화답하지만 실로 이 구절[此句]은 없다”고 하기도 하며,어떤
사람은 “이 구절[此句]은 비밀스럽게 전수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말로만 이해한 것으로 기로(機路)만을 늘리
는 것을 면치 못하리니,본분도리와는 거리가 대단히 멀다 하겠
다.이 때문에 ‘으뜸 가는 제호(醍醐)의 맛은 세상에서는 진미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도리어 독약이 된다’고 하였던 것이다.
본분종사는 활구(活句)를 참구했었지 사구(死句)를 참구하진 않
았다.활구에서 깨달으면 영겁토록 잊어버리지 않겠지만 사구에서
깨치면 자신마저도 구제하지 못하리라.불조의 스승이 되고자 하
거든 활구만을 분명히 취해야 한다.소양(韶陽:운문)스님은 한마
디 꺼냈다 하면 마치 날카로운 칼로 자르는 것과도 같았다.또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