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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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27


            제(臨濟)스님도 “취모검(吹毛劍)을 쓰고 나서 얼른 갈아 두어라”
            하였으니,이것이 어찌 5음 18계(五陰十八界)가운데의 일이랴.세

            간의 지혜와 총명함으로는 전혀 미칠 수가 없다.
               밑바닥까지 깊이 사무쳐서 이제껏 남에 의지해 일으켰던,밝고
            어둡고 맞고 거슬리고 하는 알음알이를 모두 떨어 버려,금강정인

            (金剛正印)으로 도장을 찍고 금강왕보검(金剛王寶劍)을 휘둘러 본
            분의 수단을 사용했던 것이다.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데는 반드시
            살인도라야 하며 사람을 살리는 데는 꼭 활인검이라야 한다고 하

            였다.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야 하며,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야 한다.그렇지 못하고 한

            쪽만 한다면 치우치게 된다.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손을 쓰려면
            반드시 방편을 살펴보아 칼끝을 상하게 하거나 손을 다치지 않게

            해야만 한다.
               어디에나 몸을 벗어날 길이 있어서,8면으로 영롱하여 저들을
            비추어 보고서 비로소 칼날을 대야 한다.여기에서 반드시 치밀해

            야 하며,조금이라도 느슨했다간 일곱 번째 여덟 번째에 떨어지리
            라.그저 자신이 무심하다는 그것도 털끝만큼이라도 남겨 두지 말

            아야 하며,설사 조금 있다 해도 잘라서 세 동강을 만들어 버려야
            한다.
               그런데 더구나 예로부터 이 종문에 내려오는 본분수단은,이

            문중의 납자를 만나서 드러내 보였을 때 기연에 투합하면 함께
            쓰고 기연에 투합하지 못하면 이로써 요점을 삼을 것이니,그리하
            면 깨닫지 못할 일이 없다.힘써 실천할 것을 간절히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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