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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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27


            안하고,종횡무진하여 끝내 갈라놓을 수 없는 곳에서 칼을 놀린
            다.기봉은 사물보다 앞서 나오고 말은 생각을 초월한다.쇄쇄낙

            락하여 맑고도 맑아서 변통하고 움직임에 자유롭고 역량의 작용
            이 활발하게 벗어났다.
               예로부터의 깨달은 상류들과 같이 체득하고 같이 작용함이 전

            혀 차이도 없고 구별도 없다.무심한 경지에서 다만 고요묵묵함을
            지킬 뿐 애초에 칼끝을 드러내지 않아 흡사 어리석은 사람 같다.
            인연 따라 널리 놓아버려,주리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는 것

            이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이는 이른바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고
            대중을 술렁이게 하지 않고 가만가만히 작용을 드러내어 큰 기틀
            [大機]을 발현한다”한 것이다.

               오래도록 익어서 편안하고도 한가하며 온밀하면서도 참다운 경
            지에 도달하면,다시 무슨 한가로이 여기서는 부숴 버렸다느니 저

            기서는 번뇌․생사에 구속됨 등이 있겠느냐.그러므로 옛날의 도
            있는 어른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6근․6진을 벗어나게 하고 나선
            밀인(密印)을 널리 폈다.30년이고 20년이고 싸늘하고 고요한 경지

            의 공부를 하게 하며,가는 털끝만큼이라도 알음알이가 조금이라
            도 있기만 하면 당장 바로 쓸어버리며,쓸어버린 자취도 남기지

            않는다.
               생사의 저편에서 손을 놓아 전신을 놓아버리고 마침내 꿋꿋이
            단단한 경지에서 큰 자유를 얻게 하였다.다만 이러한 책략이 있

            다는 걸 알까 염려스러워할 뿐이니,알았다 하면 큰 화근이 된다.
            비로소 이렇게 해야만 진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다.보지 못하였느
            냐.왕노사(王老師:남전스님)․조주(趙州)․동산(洞山)․투자(投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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