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P. 208
208
다/푸른 산에 향그러운 풀 조밀할 때/일미(一味)로 날마다 주
림을 채운다”하였다.제12장에 이르되 “수행의 지위[人位]가
본래 공하다.몸도 마음도 집착할 것이 없고,얻음과 잃음이 깨
끗이 다하니,현묘한 도는 아득하여 분별할 수 없고 위로 향한
한 구절은 입을 열려고 하면 곧 떨어진다.송하노라.망령되이
번뇌를 일으켜 소를 지키노라니/소도 그르고 사람 또한 그르
다/바른 가운데 상상(想像)을 잊으니/위로 향한 길에 현미(玄
微)함이 있다/큰 바다에서 가느다란 먼지가 일고/이글거리는
화로 위에 눈발이 나부낀다/서로 만나 알기를 구한다면/그대
마음요동[心機]에 떨어지지 않으리”하였다.이에 대해 만송은
이르노니,“앙산은 ‘믿음도 서지 못했다’했고,청거도인은 ‘수
행의 지위가 본래 공하다’했는데 이 두 스승의 말씀 가운데서
가려낼 수 있다면 믿음의 지위와 수행의 지위를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니,이른바 걸음을 물려 자기에게로 나아가면 만
에 하나도 잃을 것이 없다는 도리다”하노라.
승이 이르되 “화상께서는 이밖에 달리 지시할 것이 있지 않
습니까?”하였으니,진흙 속에 가시가 있는 격이요,앙산이 이
르되 “따로 있다거나 따로 없다거나 하면 맞지 않다”하였으
니,있다면 눈 위에 서리를 더하는 격이요,없다면 말구(末句)
속에 죽어 있는 격이 된다.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현묘함[一玄]
을 지시하여 그로 하여금 스스로 살피게 하였다.
경[湧泉]에서는 공함으로 자리를 삼고 만행(萬行)으로 옷을
삼으라 하였고,어떤 이는 이르되 “앉는다 함은 선정에 안정하
여 생각을 고요히 하는 것이요,옷이라 함은 누더기를 입고 머
리를 덮는 것이라”하였고,어떤 이는 이르되 “앉는다 함은 개
당(開堂)하고 법좌에 오른다는 뜻이요,옷이라 함은 법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