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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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205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앙산이 일찍이 어떤 승에게 묻되 “어디서 오는가?”하니,승
                이 대답하되 “유주(幽州)에서 옵니다”하였다.앙산이 다시 이
                르되 “내가 마침 유주의 소식을 알고자 했는데 유주의 쌀값이

                어떠하던가?”하니,승이 대답하되 “제가 올 때,조심 없이 저
                잣거리를 통과하다가 다리[橋梁]를 부러뜨렸습니다”하자 앙산
                이 그만두었다.앙산은 작은 석가라 불리는지라 사람을 제접하
                매 한 가지뿐이 아니었는데 이 공안은 바로 학인이 입문하는
                자세이며,손을 써서 힘을 얻는 경지이다.
                  앙산이 유주의 승에게 묻되 “그대는 그쪽 일을 가끔 생각하
                느냐?하였는데,만일 그때 그에게서 “생각하지 않습니다”하
                는 대답을 들었더라면 어찌했을까?앙산에겐 반드시 또 다른
                장기가 있었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승이 이르기를 “항상 생각

                합니다”하였으니,진실한 말은 참회에 해당한다.
                  앙산이 이르되 “생각하는 이는 마음이요,생각하는 바는 경
                계라,경계는 천․만 가지 차별이 있거니와 생각하는 주인공인
                마음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가?” 하였는데,운문이 이르기를
                “앙산은 자비가 너무 깊어서 낙초(落草:잔소리)의 말씀이 있
                었으나 과연 그 승은 영리하여서,그 경지에 이르러서는 아무

                것도 보이는 바가 없다고 하였다”고 하였다.
                  요즘 사람들은 만에 하나도 그 경계에 이르지 못하나니,만
                일 이르렀다면 그는 곧 가슴을 두드리는 외통수여서 길거리의
                즐거움도 모르면서 끝내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자이려니와,
                앙산은 일찍이 산밑의 길을 걸은 적이 있으므로 따로 한 가닥
                의 살길[活路]을 제시해 준 것이다.
                  앙산이 지난날,승당 앞에서 삼매에 들었는데 밤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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