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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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니,
               -고작해야 능(能)과 소(所)를 세울 뿐이로구나!
               그곳의 산하대지․누대․전각․인간․가축 등의 물건에 대하

            여 생각하는 놈을 돌이켜 생각해 보라.그 여러 가지가 있는가?”
            하니,
               -그대가 스스로 분별을 일으킨다.

               승이 이르되 “저는 거기에 이르러 전혀 보이는 게 없습니다”
            하였다.

               -아직도 그런 게 있다니…….
               앙산이 이르되 “믿음의 지위는 옳으나 사람(수행)의 지위는 옳
            지 못하니라”하였다.
               -뜰 앞의 남은 눈은 해가 돋으면 녹겠지만 방안의 가는 먼지야 누구를

            시켜 쓸어버리겠는가?
               승이 이르되 “화상께서는 따로 지시해 주실 것이 있지 않으십
            니까?”하니,

               -또 저러는구먼!
               앙산이 이르되 “따로 있다거나 따로 없다거나 하면 맞지 않느
            니라.

               -화살 한 발로 두 관문을 꿰뚫었다!
               그대의 소견에 의하건대 겨우 하나의 현묘함[一玄]만을 얻었다.
               -이미 배 안에 달빛이 가득한데…….

               앉을 자리를 얻어 옷을 걸치게 되거든 그 뒤부터 스스로 살펴
            보라”하였다.
               -다시 돛에 바람을 더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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