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6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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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대지와 절과 사람들과 물건,나아가서는 자기까지도 보이
지 않고 완전히 허공같이 되었었다.이튿날 아침에 이 일을 위
산에게 고하니,위산이 이르되 “내가 백장의 회상에 있을 때도
그러한 경계가 나타났으니,이는 융통망상(融通妄想)이 녹아서
밝아지는 공이다.그대가 뒷날 설법을 할 때,그대보다 지나는
이는 결코 없을 것이다”하였으나,만송은 이르노니 “앙산이
아니면 증득하지 못했을 것이요,위산이 아니면 알아보지 못했
으리라”하노라.
능엄경 에 이르되 “만일 흔들리던 생각이 다하고 들뜬 망
상이 소멸되어 각(覺)의 밝은 마음이 마치 티끌을 제거한 듯하
면 외가닥 생사의 처음과 끝을 뚜렷이 비추리니,이를 일러 상
음(想陰)이 다한 것이라 이름한다.이 사람은 능히 번뇌탁을 초
월하리니,그 까닭을 관찰하건대 융통망상으로 근본을 삼기 때
문이라”하였으니,여기에서 또 위산․앙산 부자가 묘하게 불
심에 계합했음을 볼 수 있다.
앙산이 어느 날,견해를 진술하되 “만일 저로 하여금 스스로
찾아보라 하신다면 그 경지에 이르러서는 원만한 지위도 없고,
끊을 것도 없습니다”하니,위산이 이르되 “그대의 견해에 의
하건대 아직도 법의 경지에 있고,마음과 경계를 여의지는 못
했도다”하였다.앙산이 다시 이르되 “이미 원만한 지위도 없
거니,어디에 다시 마음과 경계가 있겠습니까?”하니,위산이
대답하되 “아까부터 그대가 그러한 견해를 지은 것이 사실이
지?”하매,앙산이 “그렇습니다”하였다.위산이 다시 이르되
“만일 그렇게 구족하다면 그것이 마음과 경계와 법이거늘 어찌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하였다.앙산은 그 승에게 아직도
이런 것이 있음을 보고,사리에 맞추어 판단하되 “믿음의 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