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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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29
“한마디 던진 기봉,상식을 넘어섰네
-얼굴 붉은 것이 말 곧은 것만 못하니라.
얻은 이여,코를 건드리지 않고 도끼를 휘두르고
-좋은 솜씨를 가진 이가 좋은 솜씨를 자랑한다.
잃은 이여,시루를 떨어뜨리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이왕지사는 탓하지 않는 법
요요(寥寥)하게 소림(少林)에 싸늘히 앉았으니
-늙어서도 마음을 쉬지 않는도다.
묵묵(黙黙)히 정령(正令)을 온전하게 떨치고
-오히려 자기가 군사기밀을 누설하는구나.
가을 밤 맑은데 달이 구르니 서리의 바퀼런가?
-눈을 높이 뜨고 보라.
은하 맑은데 북두가 드리우니 밤의 표주박이로다.
-누가 감히 사용할는지
끊임없이[繩繩]의발을 자손에게 전하니
-망상 떨지 마라.
이로부터 천하의 약과 병이 생겼도다.
-천자의 행차가 이미 지났음을 사자는 모름지기 알아야 한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확연히 성자가 없소이다”함에 “한마디 던진 기봉,상식을
넘어섰네” 하였으니 이 말씀은 본래 장자(莊子) 에 이르되
“크게 차이가 나서[逕庭]*인정(人情)에 가깝지 않다”한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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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逕)은 좁은 길,정(庭)은 넓은 뜰로서 차이가 심하다는 뜻.상식을 초월했
다는 뜻으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