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3 - 선림고경총서 - 33 - 종용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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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中 183


                이 이르되 “할(瞎,눈이 멀었구나!)”하니,섭현이 문득 절을 하
                였는데,제방에서는 이 일을 일러 “등지느냐,집착하느냐의 관
                문[背觸關]이라”한다.
                  속담에 “뒤바뀜이여,뒤바뀜이여,신부가 나귀를 탔는데 시
                어머니가 끄는구나”하였는데,불국(佛國)이 이를 송하되 “수산
                의 말씀이 고금에 전하는데/이 말씀이 뒤바뀜을 뒤집었다고

                말하지 마라/신부가 취한 채 나귀를 탔는데/사람들은 신랑이
                끈다고 웃음을 못 견디네”하였거니와,천동이 재미나게 송한
                것만은 못하니 그의 송을 보라.


               송고

               신부가 나귀를 탔는네 시어머니가 끄는 모습이여,
               -초목같이 흔해서 들추어낼 필요조차 없다.
               몸매가 멋스러워 어색하지 않도다.

               -본으로도 떠낼 수 없고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구나.
               우습구나,이웃 아낙네가 찡그리는 흉내를 내다가
               -공교로움을 자랑하다가 도리어 둔하게 되었구나.
               사람들 앞에서 추태만 더할 뿐 예뻐지지는 않았다.

               -곁에서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사는구나.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통 수(圓通秀)선사의 철벽송(鐵壁頌)에 이르되 “하루에 세
                차례씩 머리를 감아 무엇 하랴/뿌리를 뽑아 버리면 그만인 것
                을/대체로 피부와 골격이 남보다 예쁜 이는/연지곤지 안 발라
                도 그대로 멋쟁이[風流]니라”하였는데,수산이 대답한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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