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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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53
제 89칙
동산의 풀 없음[洞山無草]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움직이면 천 길 구덩이에 몸이 묻히고 움직이지 않으면 제
자리에서 싹이 난다.바로 모름지기 양쪽 끝을 흔들어 열고 중
간도 놓아버린 뒤에 짚신을 사서 신고 행각을 나서야 된다.
본칙 드노라.
동산(洞山)이 대중에게 보이되 “첫가을 늦여름에 여러분은 동
쪽이건 서쪽이건 모름지기 바로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하였다.
-고양이를 꾀어서 마른 우물로 들게 한다.
또 이르되 “그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어떻게 가야
할까?”하니,
-한마디가 이미 입밖에 나오면 준마로도 미칠 수 없다.
석상(石霜)이 이르되 “문을 나서기만 하면 그대로가 풀밭이다”
하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