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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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지만 네가 돌려보낼 수 없는 것은 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
                가?’하니,이른바 봄이 왔다지만 찾을 수 없음을 항상 한탄했
                는데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줄은 미처 몰랐다는 격이니라”하
                고는 할을 한 번 하고,다시 이르되 “30년 뒤에 능인(能仁)이
                남의 집 남녀를 망가뜨렸다고 말하지 마라”하였는데,만송은
                다만 앞의 세 구절만 가지고 이 공안을 주석하리라.설두는 부

                처님이 보시는 경지를 곧장 송했고,불과는 부처님이 보시지
                않는 곳은 오직 스스로만이 안다는 경지를 홑으로 송했고,천
                동은 푸른 바다가 마르면 허공이 가득해진다고 송했고,죽암은
                물건 아닌 견이라도 역시 생사의 근본이라 하였다.이러한 것
                들에 의거하건대 이 모두가 납승의 콧구멍이 긴 것이며,모두
                가 교의(敎意)밖에 따로 한쪽 안목을 내민 소식이다.
                  “옛 부처님의 혀가 짧다”한 것은 만송이 이르노니 “옛 부처
                님은 근기에 나아가 남의 말을 따르고 구부려 낮은 근기를 위

                하는 까닭에 반자(半字)만 말씀하셨으나 납승의 분상에는 한결
                같이 정령(正令)을 온전히 이끄는 까닭에 따로 전하는 도가 있
                느니라”하노라.
                  온주(溫州)서록사(瑞鹿寺)상방 우안(上方遇安)선사는 토를
                잘못 떼어  능엄경 을 읽었는데,이르기를 “지견(知見)이 세워
                지면 지(知)는 곧 무명의 근본이요,지견이 없어지면 견은 곧
                열반이니라[知見立知卽無名本知見無見斯則涅槃]” 하고는 갑자

                기 깨치니,사람들이 이르기를 “화상의 도는 토를 잘못 뗀 것
                입니다”하였다.이에 우안이 이르되 “이것은 내가 깨달은 경
                지라 끝내 바꿀 수 없다”함으로써 사람들이 ‘안능엄(安楞嚴)’
                이라 불렀다.그러나 만송은 이르노니 “역시 삿됨을 인하여 바
                름[正]을 만났다”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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