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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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51


                  “구슬 꿰는 실 아홉 구비로 굽는다”한 것은 공자(孔子)가 진
                (陳)에서 곤욕을 당할 때 아홉 구비로 굽은 구슬을 꿰는데 뽕따
                는 여자들에게 비결을 받았다.비결에 이르기를 “꿀이여,생각
                하시오.생각하시오,꿀이여”하매,공자는 곧 깨닫고 실에다
                개미[蟻]를 매고 꿀로써 유도하여 꿰었다.사주(泗州)보조 종
                (普照宗)화상이 천동송고염고서(天童頌古拈古序)를 썼는데 이르

                기를 “굽은 것을 통하게 하니 마치 구슬을 꿰는 실과 개미 같
                고,배회하면서 서로 따르니 마치 비를 뿌리는 용과 구름 같
                다”하였고,부산(浮山)구대집(九帶集)에는 “구부러지게 띠를
                드리웠다”하였으니,대의는 금시(今時)의 사람을 간곡히 위함
                을 밝힌 것이다.
                  “옥 베틀은 한 번 슬쩍 건드려도 구른다”한 것은 마치 옥
                베틀이 북[梭]한 번 건네서는 문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
                다.천동이 동산의 ‘첫가을 끝 여름’이란 화두를 들고 이르되,

                “문을 나서면 풀밭이니,우거진 풀숲 사이를 헤쳐 지나고 잎새
                가 떨어지면 가을을 아나니,검푸른 곳에 떨어진다.
                  이 경지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베틀은 비록 움직이나 씨[紐
                印]가 아직 문채를 이루기 전의 도리를 체득해야 된다”하고는
                양구했다가 이르되 “물 밝으니 늙은 조개[蚌]가 태기를 가진
                뒤요,구름 무거우니 푸른 용이 뼈를 바꿀 때니라”하였다.
                  “당장에 서로 만나니 누가 그를 알리오/그 사람 동무 될 수

                없음을 비로소 믿는다”한 것은 협산(夾山)이 이르되 “주인옹
                (主人翁)의 자리에 확실히 좌정했더라도 제2의 소견에 떨어지
                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어떤 한 사람은 동무 될 수 없음을 알아
                야 한다”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혼자 왔기 때문에 아는
                이가 없으리라 여겼더니 시끄러운 저자 속에서 도리어 옛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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