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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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55


                고 하여도 역시 풀이 끝없이 우거졌다.일러 보라.합당히 어느
                쪽을 향하여 행각을 떠나야 되겠는가?”하고 양구했다가 이르
                되 “싸늘한 바위에 이상한 풀 푸르다고 좋아하지 마라/백운
                위에 앉았더라도 종지[宗]는 묘할 것 못 되느니라”하였고,원
                통 선(圓通善)국사는 이르되 “일러 보라.여러분들이 지금 발꿈
                치 밑의 한 구절은 어떻게 이르겠는가?만일 이르기를 ‘만 리

                에 한 치의 풀도 없다’하면 그대들은 동산에게 참문함이 옳고,
                만일 이르기를 ‘문을 나서기만 하면 그대로가 풀밭이라’한다
                면 그대들은 석상에게 참문함이 옳고,만일 이르기를 ‘문을 나
                서지 않아도 역시 풀밭이 우거졌다’한다면 그대들은 대양에게
                참문함이 옳고,만일 아무렇게도 이를 수가 없다면 그대들은
                연성(延聖)에게 참문함이 옳으니 무슨 까닭이겠는가?오직 좋은
                바람만이 좌석 위로 불어오니/다시는 부질없는 말들이 인간세
                상에 돌지 않기 때문이니라”하였는데,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세 구절을 몽땅 이르고자 한다면 다시 천동의 송을 참견하라”
                하노라.


               송고

               풀이 우거져 끝없음이여,
               -아래로도 밑이 없고 곁으로도 가장자리가 없다.
               문 안인지 문 밖인지 그대 스스로 살피라.

               -신덜미 풀어졌나 살펴보라.
               가시나무 숲에는 발 딛기 쉬우나
               -묵밭에서 풀을 뽑는다.

               달 밝은 밤 발[簾]밖에서는 몸 돌리기 어렵다.
               -땅을 맑히다가 도리어 하늘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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