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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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발밑을 조심해라.
대양(大陽)은 이르되 “설사 문을 나서지 않는다 하여도 역시 풀
이 끝없이 무성하니라”하였다.
-그대 회피할 곳이 없도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석상이 회창(會昌:845)의 법란을 만나 속인의 복장으로 장
사(長沙)유양(瀏陽)의 도가방(陶家坊)에 숨었노라니,대중(大中
:847~859)연간 초에 어떤 승이 동산에서 여름을 지내고 지
나다가 들렀다.이때 석상이 묻되 “어디서 오는 길인가?”하니,
승이 대답하되 “동산에서 옵니다”하였다.석상이 다시 묻되
“화상께서 어떤 말씀[言句]으로 제자들을 지도하시던가?”하니,
승이 대답하되 “화상께서 해제가 가까운 어느 날 상당하여 대
중에게 이르시기를 ‘여러분,첫가을 늦여름에 동쪽이건 서쪽이
건 모름지기 바로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향해 떠나
야 한다’하시고,양구했다가 또 이르시기를 ‘그 만 리에 한 치
의 풀도 없는 곳을 어떻게 가야 할까?’하셨습니다”하였다.이
에 석상이 이르되 “문득 문을 나서기만 하면 그대로가 풀밭이
니라”하였는데,그 승이 다시 동산으로 가서 이 일을 동산에게
사뢰니 동산이 이르되 “이는 천오백 명을 제접할 선지식의 말
씀이다.이 대당국 안에 그런 이가 몇 사람이나 될까?”하였다.
이윽고 주머니 속의 송곳이 저절로 빠져나오고 과일이 익어 향
기가 바람에 날리자 대중이 다시 승복을 입고 석상도량에 머무
르기를 권하니 과연 오본(悟本:洞山)의 수기에 부합되었다.
석상은 이 공안으로 인하여 도예가 천하에 퍼졌는데 나중에
대양 연(大陽延)선사가 이르되 “지금 당장 문을 나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