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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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佛果)가 아난의 뜻을 들되 ‘세계와 등롱과 노주가 모두
이름과 모습이 있는데 견정명원(見精明元)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리오?바라건대 나로 하여금 부처님의 뜻을 보게 하소서’하
였다.부처님이 묻기를 ‘내가 향대(香臺)를 볼 때에 너는 어찌
하겠느냐?’하면,아난이 이르기를 ‘나도 향대를 보니 그것이
부처님의 견을 보는 것입니다’하고,부처님이 다시 묻기를 ‘내
가 향대를 볼 때엔 가히 알 수 있겠지만 만일 내가 향대를 보
지 않을 때엔 그대 어찌 하겠는가?’하면,아난이 이르기를 ‘나
도 향대를 보지 않는 것이 곧 부처님이 보지 않는 곳을 보는
것입니다’하고,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네가 보지 않는다는
곳은 너 스스로가 알겠지만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은 네 어
찌 알 수 있겠는가?’하리라”하였으니,옛사람이 이 경지에 이
르러서는 다만 스스로만 알 뿐 남에게 말하지 못했으니,설두
는 교안을 드러내어서 부처님을 보는 경지만을 송했고 천동은
경의 뜻을 깊이 얻어서 참 견을 송해 냈다.
송고
푸른 바다가 마르고
-전과 같이 파도가 친다.
허공이 충만하다.
-털끝도 실끝도 보이지 않는다.
납승의 콧구멍은 길고
-천 리 밖의 매화 향기 가만히 퍼져 온다.
옛 부처님의 혀는 짧다.
-외마디 진언을 하려 해도 차지 않는다.
구슬 꿰는 실 아홉 구비를 지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