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P. 149
종용록 下 149
-마음과 힘을 공연히 수고롭혔다.
옥 베틀은 이제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로 세로로 문채를 놓는 것,내 뜻에 달렸다.
당장에 만난들 누가 그를 알아보랴?
-얼굴 모습이 어떻게 생겼더라?
그 사람 동무 될 수 없음을 비로소 믿노라.
-물리쳐서 고독(孤獨)지옥에다 처넣어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두(雪竇)가 이르되 “겁석(劫石)이 굳더라도 무너지나니,푸
른 바다가 깊더라도 당장에 말려야 한다.그러한 뒤에야 허공
이 가득해진다”하였다.
불안(佛眼)의 문도 죽암 규(竹庵珪)화상이 백부인 지일(持一)
거사와 함께 능엄경 을 좋아했는데 죽암이 이르되 “만일 전
진(前塵)을 여의고 따로 분별하는 성품이 있다면 이는 바로 생
사의 근본입니다”하니,거사가 깜짝 놀라면서 이르되 “부처님
께서 거짓말씀을 하셨단 말인가?”하고 반문했다.죽암이 대답
하되 “부처님은 실로 거짓말씀을 안 하셨지만 우선 지금 거사
께서 마주 보면서 따져 묻는 마음을 기준한다면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하였다.이에 거사가 탄복하면서 이르되 “부처님께
서 말씀하시기를 ‘제1의제의 공을 이해하면 그를 사자후라 한
다’하셨으니 그대는 여기에 머물러 있지 말고 떠나라”하였다.
나중에 죽암이 상당하여 이르되 ‘견을 볼 때 견은 견이 아니
다.견까지도 견을 여의어서 견으로 미칠 수 없다’하니 이른
바 낙화는 뜻이 있어 유수를 따르건만 유수는 무정하여 낙화를
보내는 격이니라.‘모든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은 자연히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