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5 - 벽암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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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上 35
아쉬워하지 말아라.
-무슨 짓인고,귀신의 소굴 속에서 살려 하다니.
맑은 바람 온 누리에 가득하니 어찌 다함이 있으랴.
-과연 예상했던 대로다.설두 같은 대단하신 스님도 풀 속에서 헤매는
군.
설두스님이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여기에 조사가 있느냐?”
-그대는 자백을 번복하려고 하는가?아직도 이 짓거리냐!
스스로 대답하기를 “있다”하고서
-헛수고하는군.
“(달마스님을)데려다가 노승의 다리나 씻도록 해야겠다”하였
다.
-다시 삼십 방망이를 내리쳐 쫓아낸다 해도 잘못될 것 없다.이런 짓
하는 것을 보니 아직 멀었군.
평창
이 공안에 대한 설두스님의 송을 살펴보니,보검 태아(太阿)
를 능란한 솜씨로 다루는 것 같다.허공을 향하여 이리저리 휘
둘러도 조금도 칼날에 다치지 않는다.이러한 솜씨가 없었다면
칼을 들기만 해도 바로 칼끝에 닿아 손을 다쳤을 것이다.만일
안목이 있는 자라면 때로는 들기도 하고 휘두르기도 하며,때로
는 칭찬하기도 하고 깎아 내리기도 하여,불과 네 구로써 이 한
칙의 공안을 처리하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대체로 송고(頌古)는 너즈러지게 선(禪)을 설명하고 염고(拈
古)는 자백서를 근거로 해서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설두스님은 한 번 난데없이 내질러 말하기를 “성스런 진리
[聖諦]공하구나.언제라서야 핵심을 알아차릴까?”하였으니,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