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P. 265

벽암록 中 265


                 종(綱宗)은 불과 이 솜씨[機要]일 뿐이다.그러므로 자명(慈明)스
                 님은 “잡아들이고자 하는가?주변에 있으니 헤쳐 보라”고 하였
                 다.이는 한 번 건드리면 딱 퉁겨 나와 마치 물위에 떠 있는 호
                 로병을 누르는 것처럼 자유자재하다.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를 긍정하는 말은 되지 못한다고 한다.그러나 이 일은 꼼짝
                 달싹 못 하는 자리에 이르면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쐐기와 못

                 을 뽑아 버리듯 해야 한다는 점을 모른 것이다.그대들이 이를
                 분별의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전혀 관계가 없다.
                   옛사람은 몸을 잘 비꼈기 때문에 여기에 이르러 정말 마지못
                 해 이처럼 하였던 것이니,모름지기 죽임[殺]도 있고 살림[活]도
                 있는 것이다.살펴보면 그들 한 사람은 원상(圓相)속에 앉아
                 있고 한 사람은 여인처럼 절하는 시늉을 하였는데,매우 잘한
                 일들이다.
                   남전스님이 “그렇다면 떠나지 않겠다”고 하자,귀종스님은

                 “이 무슨 수작이냐”고 하였다.이 멍청한 놈이 또 이처럼 하였
                 던 것이다.
                   그가 이처럼 말한 본래의 뜻은 남전스님을 시험하려고 하였
                 던 것이다.남전스님은 평소에 “이를 여여(如如)라고 부른다 하
                 여도 벌써 빗나가 버렸다”고 말하였다.
                   남전․귀종․마곡스님은 한 집안 사람이다.한 번 사로잡고
                 한 번 놓아주며[一擒一縱]한 번 죽이고 한 번 살리는[一殺一

                 活]데 참으로 기특하였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
               유기(由基)가 화살로 원숭이를 쏘니
                -눈앞에 있는 이 한 길에 직면하여 어느 누가 감히 앞으로 나아가랴.
                 곳곳마다 오묘함을 얻었다.화살을 쏘기 이전에 벌써 적중해 버렸다.
   260   261   262   263   264   265   266   267   268   269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