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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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끼고 도는 화살 왜 그리도 곧은지,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감히 이처럼 할 수 있으랴.동서남북 온 천하
가 한 가풍이로다.이미 빙 돌아간 지 오래이다.
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
-삼대처럼,좁쌀처럼 많다.여우같은 정령 떼거리이나 남전스님을 어
찌하겠는가?
어느 누가 일찍이 적중시켰을까?
-한 사람은커녕 반 사람도 없다.이들(위의 세 명)말고는 아무도 없다.
한 사람도 쓸 만한 놈이 없다.
서로를 부르며 말하였다.“돌아가련다,돌아가련다.”
-진흙덩이를 주무르는 놈들아!되돌아오는 것만 못하리라.아직 조금
멀었다.
“조계로(曹溪路)에는 안 가겠다.”
-큰 고생 하는구나.아마 이는 조계의 문하객은 아니렷다.낮은 곳이
야 평탄하게 할 여유가 있겠지만 높고 높은 곳은 쳐다볼 수도 없다.
설두스님은 다시 말한다.
“조계로는 평탄한데 무엇 때문에 안 가느냐?”
-남전스님만이 반쯤 길을 가다가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설두스님도
중간에서 빠져나왔구나.좋은 일도 아예 일삼음이 없는 것만은 못하
다.설두스님도 이런 병통을 근심하였다.
평창
“유기(由基)가 화살로 원숭이를 쏘니,나무를 끼고 도는 화살
왜 그리도 곧은지”라고 하였다.유기는 초(楚)나라 때 사람이다.
성은 양(養),이름은 숙(叔),자(字)는 유기(由基)이다.마침 장왕
[楚莊王]이 사냥을 나갔다가 한 마리 흰 원숭이를 발견하고 사
람에게 쏘게 하였으나 원숭이가 날아가는 화살을 잡아 희롱하
니,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쏘게 하였으나 맞히는 사람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