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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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03
은 작았다.산승이 그 경우였다면 그에게 제8등급이라고 했을
것이다”고 하였다.
설두스님은 “고불과 노주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데,이는
몇 번째 등급일까?”라고 말하였는데,이는 한순간에 상대방을
포괄하였다 하겠다.어떤 스님이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자,
운문스님은 “한 가닥 끈을 삼십 문(文)에 샀다”고 하였다.그에
게는 천지를 갈라놓는 안목이 있었다.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뒤이어 대신하여 말하였다.“남산에서 구름 일어나니 북산에 비
가 내린다.”
이는 후학들에게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셈이다.그러
므로 설두스님은 천지를 갈라놓은 곳만을 들어 사람들에게 보
도록 하였다.이리저리 헤아리고 칼끝을 드러내 보이면 그것은
곧 정면에서 빗나간 것이다.
이에 운문스님의 종지를 캐내어 그의 고준한 기봉을 밝히고
자 송을 했던 것이다.
송
남산의 구름이여
-하늘과 땅도 볼 수 없고 칼로 찍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북산의 비로다.
-빗방울이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하남(河南)․하북(河北)모두가
그렇다.
28대 조사와 여섯 명의 조사가 서로 마주 본다.
-어느 곳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곁에 있는 사람까지 누를 끼치는구
나.노주에 초롱을 걸어 훤하게 밝혔구나.
신라국(新羅國)에서는 상당(上堂)을 하였는데
-자유자재하는구나.동쪽 시장에서는 서쪽 시장이 싼 줄을 모른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