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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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99


                     길에서 도인을 만나니
                     언어와 침묵으로 대꾸하지 않았네.

                 라 했다.
                   이것은 향엄(香嚴)스님의 게송인데,설두스님이 인용한 것이
                 다.
                   듣지 못하였느냐,어느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물었던 말을.

                   “언어로도 침묵으로도 대꾸하지 않는다면,무엇을 가지고 말
                 하시겠습니까?”
                   “ 어리석음[漆器]을 드러낸다.”
                   이는 바로 조금 전의 대화와 같은 것으로 여러분의 알음알이
                 [情塵意想]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이는 무엇과 같을까?‘백
                 옥 채찍을 잡고서 검은 용을 쳐부수는 것’이다.조사의 법령을
                 행하면 시방(十方)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다.이는 칼날 위에

                 서의 일이므로 반드시 이러한 지략이 있어야 하며,이와 같지
                 못하다면 결국 모든 옛 성인을 저버리게 된다.
                   여기에 이르러서 자그마한 일삼음도 없어야 본래부터 좋을
                 것이다.이것이 바로 머무름 없이 초월해 가는 사람[向上人]의
                 경지이다.
                   아직 쳐부수지 않았다면 반드시 흠집이 더하여 허물을 만나
                 게 될 것이니,결국 이를 어떡하면 좋을까?“나라에는 국법[憲
                 章]이 있나니 3천 조목이다”라고 하였다.오형(五刑)의 내용은 3

                 천 가지인데 그 가운데에서 불효(不孝)보다 더 큰 죄는 없다.
                 헌(憲)이란 법(法)이며,장(章)이란 조례(條例)를 말한다.3천 가
                 지 죄를 일시에 모두 저질렀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러했을까?본분의 일로써 사람을 제접하지 않
                 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대룡스님이었다면 반드시 이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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