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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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이다.그대들이 ‘유(有)’에 집착하면 ‘무(無)’를 말해 주며,
                 ‘무(無)’에 집착하면 ‘유(有)’를 말해 주며,여러분이 ‘유’도 아니
                 고 ‘무’도 아니라는 데에 집착하면 그대에게 똥더미 위의 장육
                 금신(丈六金身)으로 출현하신다.(그대들을 위해)자유롭게 나타
                 나시느니라.
                   이제 온 대지의 삼라만상과 자신까지 동시에 모두 약이다.

                 이러할 경우에 무엇을 자기라 하겠느냐?그대가 그저 약인 줄
                 만 알았다가는 미륵불이 하생한다 한들 꿈속에서도 운문스님을
                 알지 못할 것이다.결국은 어떻게 해야지만 취지를 파악하여 저
                 울 눈금을 잘못 계산하지 않을까?
                   하루는 문수보살이 선재(善財)에게 약을 캐러 보내면서 말하
                 였다.
                   “약이 아닌 것을 캐어 오너라.”
                   선재는 두루 돌아다녔지만 모두가 약이었다.다시 되돌아와

                 아뢰었다.
                   “약 아닌 것이 없더이다.”
                   “ 약을 캐어 오너라.”
                   선재가 한 줄기 풀을 집어 문수보살에게 건네주자,문수보살
                 은 이를 대중에게 들어 보이면서 말하였다.
                   “이 약은 사람을 죽일 수도,살릴 수도 있다.”
                   “ 약과 병이 서로 딱딱 들어맞는다”는 화두는 가장 깨닫기 어

                 렵다.운문스님은 방장실에서 평소 이를 가지고 사람을 제접하
                 였다.
                   하루는 금아장로(金鵝長老)가 설두스님을 방문하였다.그는
                 영리한 작가로서 임제스님 회하의 존숙이시다.설두스님과 함
                 께 “약과 병이 서로 딱딱 들어맞는다”는 화두를 가지고 밤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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