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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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도 보이지 않음이여.
                -둘을 모두 잘라 버렸다.눈이 멀었군.
               도리어 소를 타고 불전(佛殿)으로 들어간다.
                -삼문의 중앙에서 합장한다.나에게 화두를 되돌려다오.(원오스님은)
                 치면서 말한다.어느 곳으로 가느냐.설두스님도 귀신의 굴속에서 살
                 림살이를 하는구나.알겠느냐.한밤중에 해가 솟고 정오에 삼경(三更)
                 을 알린다.


               평창
                   “본래 갖추고 있는 밝음이 홀로 빛나니”는 사람마다 자기 자
                 신 속에 본래 하나의 광명이 있으나 평소에 활용하지 못할 뿐
                 이라는 것이다.그러므로 운문스님은 그대들에게 이 광명을 여
                 러분 앞에 내보인 것이다.무엇이 여러분의 광명일까?“부엌의
                 삼문”이라 하였다.이는 운문스님이 오롯이 홀로 밝음을 말한
                 것이다.반산(盤山)스님은

                     마음의 달이 호젓하게 밝아

                     광명이 온갖 것을 비추는구나.

                 라고 하였다.이것이 곧 진상(眞常)이 홀로 드러난 것이다.그런
                 뒤에 여러분에게 가느다란 방편의 길을 열어 주었다.그러고도
                 “부엌의 삼문”이라 한 데에 집착할까 염려하였다.부엌의 삼문
                 은 그만두더라도 아침에 핀 꽃 또한 시들고 나무 또한 그림자
                 가 없으며,해도 지고 달도 어두우니,온 하늘과 땅이 캄캄하기

                 만 하다.
                   여러분은 보았는가.“살피기만 한다면 누구인들 이를 보지
                 못하랴.”말해 보라,누가 보지 못하였는가를.여기에 이르면
                 “밝음 속에 어둠이 있으며,어둠 속에 밝음이 있어,모두가 앞
                 뒤로 걸어가는 것처럼 스스로 볼 수 있다.”설두스님의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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