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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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131


                 록 의논하고서야 그 훌륭한 점을 다할 수 있었다.여기에 이르
                 러 학문으로 이해한다거나 사량한다거나 계교하는 것은 전혀
                 쓸모 없다.
                   설두스님은 그 뒤에 송을 지어 그를 전송하면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가장 알기 어려운 건 약과 병이 딱딱 들어맞는다는 말

                     만 겹의 관문 전혀 단서가 없다.
                     금아 수행인이 찾아와
                     하룻밤을 지새우며 학문바다 말려 버렸네.

                   설두스님은 뒤에 송을 했는데 참으로 훌륭한 솜씨가 있다.
                 그 송 속에는 빈(賓)에도 있고 주(主)에도 있다.누구든지 알 수
                 있다.송은 다음과 같다.


               송

               온 대지가 약인데
                -누구에게 (이 말의)옳고 그름을 가려내게 할까?모래를 뿌리고 흙을
                 뿌린다.높은 곳에 올려 둬라!

               예나 제나 왜 이처럼 크게 잘못들 하는지,
                -말씀이 심금을 울리는구나.붓 한 번 그어 처리하는군.쯧쯧!
               문을 닫고 수레를 만들지 마라.
                -대단한 설두스님도 대중을 위해 힘을 다했으나 재앙은 자기에게로부
                 터 나온다는 것을 몰랐군.말끔하여 실오라기 하나 걸리지 않았다.
                 누가 부질없이 애를 쓰는가?귀신의 굴속에서 살림살이를 하는구나.
               큰길은 원래 드넓어라.
                -발밑이 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말을 올라타고서 갈 길을 본다.자
                 유자재하니 참으로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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