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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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에게 물어보게나.”
                -뒤로 세 걸음 물러서야지.빗나간 줄도 모르는구나.몸은 숨겼지만
                 그림자가 노출되었다.이 늙은이가 남에게 잘도 떠맡겨 버렸구나.

               스님이 지장스님에게 물으니,
                -저놈을 한 번 내질러야 한다.빗나간 줄도 모른다.
               지장스님은 말하였다.
               “왜 큰스님에게 묻지 않았느냐?”

                -풀 속에 꼬리를 태운 (사람으로 둔갑한 신통력이 있는)호랑이가 나
                 왔구나.무슨 말 하느냐.자승자박이군.죽기가 십상이군.

               “스님에게 물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다른 사람의 처분을 받는군.앞에 쏜 화
                 살은 그래도 가볍지만 뒤에 쏜 화살은 깊이 박혔다.

               “나는 오늘 골머리가 아파서 그대에게 말할 수 없으니 회해(懷
            海)사형에게 묻도록 하게.”
                -84명의 선지식답다.하나같이 같은 병을 앓는구나.
               스님이 회해스님에게 여쭙자,
                -다른 사람에게 떠맡겨 버렸구나.도적의 장물(贓物)을 껴안고 억울하
                 다고 울부짖는다.
               회해스님은 말하였다.
               “나도 그것은 모른다.”

                -마음으로 헤아리려 하질 않는구나.따라서 천고만고에 캄캄케 되었구
                 나.

               스님이 이를 마조스님에게 말씀드리자
                -스님이 그래도 조금은 눈이 트였구나.
               마조스님은 말하였다.
               “지장스님의 머리는 희고,회해스님의 머리는 검다.”
                -나라 안에서는 천자의 칙령이며,변방 밖에서는 장수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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