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P. 95
벽암록 下 95
평창
이 일을 말에서 찾는다면 방망이로 휘둘러 달을 치는 것처럼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다.옛사람(수산스님)이 분명히 말하였다.
“물음을 가지고 묻지 마라.왜냐하면 물음은 답에 있고 답변은
물음에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거친 짐을 한 짐 짊어지고 와서 한 짐이나 되는 어리
석음과 바꾸듯이 물음의 실마리를 일으키니,잘못이 적지 않았
다.대룡스님이 아니었다면 천지를 뒤덮을 수 있었겠는가?그는
이처럼 묻고 대룡스님은 이처럼 답변하여 하나가 되어 결코 한
실오라기만큼도 틀리지 않았으니,마치 토끼를 보자마자 매를
풀어놓으며 구멍을 보고 쐐기를 박는 것과 같았다.3승 12분교
(三乘十二分敎)에도 이처럼 상황에 딱 들어맞는 것이 있을까?
매우 기특하다 하겠다.
이는 언어가 무미(無味)하지만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
다.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한 조각 흰구름 골짜기에 가려 있으니
얼마나 많은 새들 둥지를 헤맬까?
어느 사람은 “이는 나오는 대로 답한 것이다”고 한다.그러
나 이처럼 이해한다면 모두 부처의 종자를 멸망시키는 것으로
서,옛사람의 한 기틀[一機],한 경계[一境]란 (사량분별을 꽉 묶
어 두는)수갑이나 족쇄와 같으며,한 언구[一句],한 말[一言]이
란 가공하기 이전의 본래의 순수한 쇳덩어리나 옥돌과 같은 것
인 줄을 까마득히 모른 것이다.
납승의 안목과 식견을 지녔다면 때로는 잡아 두기도[把住]
하고,때로는 놓아 행하기도[放行]하며,조(照)․용(用)을 동시
에 행하고 인(人)․경(境)을 말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