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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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을 믿지 않아 선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번뇌이다. 바르지 못한

             견해(不正見)에는 몸을 가진 나를 영원한 실체라고 집착하는 견해(我見),
             영원론이나 단멸론의 어느 한쪽을 고집하는 견해(邊見), 인과를 부정하

             고 불교적 실천을 부정하는 삿된 견해(邪見), 자기의 견해가 깨달음에 기
             초하고 있다는 견해(見取見), 계율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아 집착하는 견

             해(戒禁取見)가 포함된다.
                이상의 여섯 가지 번뇌가 모든 번뇌를 낳는 뿌리가 되므로 근본번뇌

             라 부른다. 이 뿌리가 되는 번뇌에서 가지처럼 파생된 번뇌가 수번뇌이
             다. 근본번뇌의 작용이 전면적임에 비해 수번뇌는 작용하는 범위가 상

             대적으로 좁다. 수번뇌는 20종이 되는데, 이것은 다시 그 작용하는 범
             위의 좁고 넓음에 따라 소·중·대로 분류한다. 소小 수번뇌는 열 가지                        53

             로 부덕한 감정과 욕망의 발산과 관련되어 있다. 중中 수번뇌는 2가지                        54
             로 반성과 부끄러움이 없는 일을 가리킨다. 수번뇌 중 작용하는 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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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대大 수번뇌는 여덟 가지 로 서로가 서로를 연쇄적으로 일으키며
             진여를 가리고 오염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편 천태교학에서는 여섯 가지 번뇌 중 탐욕, 분노, 어리석음, 오만,
             의심의 다섯 가지 번뇌를 사유 차원의 미혹(思惑)이라 부른다. 이 번뇌

             는 고집스럽고 둔하여 항복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다섯 가지 둔한 심부
             름꾼이라는 뜻에서 오둔사五鈍使라 부른다.

                또한 여섯 가지 근본번뇌의 마지막에 제시되는 바르지 못한 견해(不




              53   분노(忿), 원한(恨), 은폐(覆), 열불(惱), 질투(嫉), 인색(慳), 거짓(誑), 아첨(諂), 상해
                 (害), 교만(憍).
              54   회개하지 않는 마음(無慚), 부끄러움을 모르는 마음(無愧).
              55   동요로 인한 도거掉擧, 혼침昏沈, 불신不信, 해태懈怠, 방일放逸, 바른 생각의 상
                 실(失念), 산란散亂, 바르지 못한 지해(不正知).



                                                             제3장 번뇌망상 ·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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