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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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이 아뢰야식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라 이해된다.

                그렇다면 아뢰야식의 3세 타파를 그토록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행에 있어서 마음의 간섭 작용이 완전히 사라진 구경무심이 유일한

             도달처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구경무심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옛 부처님이나 조사들과 자신이 둘이 아님을 직접 확인

             하게 된다. 그런데 의식의 층차가 다양하고 무심이라고 여겨지는 차원
             역시 다양하다.

                수행의 현장에서 표층의 의식이 사라지는 차원의 무심만 체험해도
             견성을 선언하고 가르침을 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성철스님은 무심

             의 구현에 있어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표층 의식만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심층 아뢰야식을 넘어선 것인지에

             따라 정사正邪가 갈린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추중망상뿐 아니라 미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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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까지 완전히 끊어져야 견성” 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뢰야식이 깊고 미세하며 의식적 이해의 차원을 벗어나 있
             어 그 작용을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더구나 제8식은 보고, 듣고, 느

             끼고, 아는 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시비분별의 차원을 떠나 있다. 그것
             이 여래의 경지와 같으므로 이를 진아眞我로 착각하는 일까지 있게 된

             다. 이에 대해 성철스님은 제8마계第八魔界라는 용어까지 사용하여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아뢰야식의 차원에 진입하면 본래의 자리를 찾은
             것 같고 지극한 자재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8지 자재보살의 경

             계이다. 그렇지만 이 자재보살의 경계에는 세 가지 미세한 번뇌가 남아
             있어 아직 견성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의식의 분별상을 넘어




              58   퇴옹성철(2015), p.68.



                                                             제3장 번뇌망상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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