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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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見)를 천태교학에서는 견해의 미혹(見惑)이라 부른다. 이것은 바른 스

            승을 만나 바른 진리를 듣는 일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
            다. 그래서 이것을 다섯 가지 영리한 심부름꾼(五利使)이라 부른다. 이

            다섯 가지 생각의 미혹과 다섯 가지 견해의 미혹, 즉 견사혹을 모두 끊
            어 소멸하면 아라한과를 증득한다.

               그래도 번뇌는 여전하다.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현상에 어두워서 일
            어나는 진사혹塵沙惑의 장애가 그것이다. 이 장애가 있으면 중생들을

            교화할 수 없다. 보살은 그 보살행의 수행을 통해 이것을 끊는다. 다음
            으로 중도의 궁극적 이치에 어두워서 생기는 무명혹無明惑이 있다. 이

            것은 근본 중의 근본인 번뇌로서 모든 번뇌의 마지막 뿌리에 해당한다.
            이것을 끊어 구경의 깨달음에 이른다. 이상이 번뇌의 개관이다.

               이 번뇌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말이 망상이다. 망상은 실상을 바
            르게 보지 못하고 엉뚱하게 왜곡하는 일들을 가리킨다. 망상의 가장

            큰 원인은 자아에 대한 집착이다. 물질적, 정신적 요소의 조건적 집합
            체에 불과한 자아에 불변의 실체가 있다고 보아 이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집이다. 이 자아를 기준으로 시비호오와 취사선택이 일어난다. 그러
            므로 망상의 가장 큰 특징은 분별이라고 보아야 한다. 각각의 현상은

            진여일심의 드러남이다. 그런데 중생들은 모양에 따라 분별하여 이름을
            붙이고 관념을 세워 가공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반 망상

            이 분별에서 일어나므로 분별망상이라 부른다.
               경전에서 말하는 망상은 여러 종류가 있다. 『능가경』에서는 12가지의

            망상 을 말한다. 그것은 자성이 공한 이치를 모르고 대상경계에 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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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   언설망상言說妄想, 소설사망상所說事妄想, 상망상相妄想, 이망상利妄想, 자성망상
                自性妄想, 인망상因妄想, 견망상見妄想, 성망상成妄想, 생망상生妄想, 불생망상不生
                妄想, 상속망상相續妄想, 박불박망상縛不縛妄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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