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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용의 자재한 경지에 노닌다 해도 그것은 결국 마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거듭 살펴본 바와 같이 성철스님은 더 내려놓을 것이 없는 구경무심
만을 견성이라 보았다. 그 사이의 어떤 중간 단계나 지위를 일괄 중생
경계로 규정하는 것은 성철스님의 일관된 관점이다.
중국 유식학의 종조인 현장스님은 8지보살에서 아뢰야식을 버린 뒤
성불하기 전까지 아마라식의 성숙 단계를 거쳐 불지에 들어가면 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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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성철스님은 화엄의 지위를 수용하지 않
는 입장에서 똑같이 현장스님의 아뢰야식 단계론을 채용하지 않는다.
결국 성철스님의 아뢰야식 강조는 번뇌성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차원을
뚫고 지나가야 진정한 견성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주장한다.
줄기를 자르고 근본인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낸 것을 견성이라 한
다. 중생이 본래 부처라는 것을 알았다 해도 번뇌망상이 그대로 남
아 있다면 그건 중생이지 부처가 아니다. 60
이 번뇌망상은 어떻게 끊어야 하는 것일까? 번뇌망상은 표층 의식
과 심층 아뢰야식에 의한 간섭과 왜곡 작용의 다른 이름이다. 이 표층
『
59 八識規矩補註』(T45, p.476a), “初從無始至不動地名阿賴耶, 此云藏次. 亦從無始
至解脫道名毘播迦, 此云異熟. 蓋具變異而熟, 異時而熟, 異類而熟, 故名異熟.
後佛果位盡未來際名無垢識. 初阿賴者, 有情執爲自內我故. 異熟者是善惡所引果
故. 持無漏種現無間斷故. 謂此本識初至此地, 捨藏識名過失重故. 有情不執爲自
內我故. 金剛道後異熟空, 謂二障種習有漏種. 現皆永斷捨故. 捨此名因并劣無漏
亦皆捨盡.”
60 퇴옹성철(2015),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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