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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무생법인無生法忍
1. 무생법인 설법의 맥락
무생법인은 생멸이 없는 실상의 이치를 믿고 깨달아 물러나지 않는
지혜를 가리킨다. 만사만물은 생성하고 소멸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그 본질인 불성은 생겨나거나 소멸하는 일이 없다. 이것이 생
멸 없는 실상의 이치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생멸 없는 무생무멸은 생멸과 불이적 관
계에 있다. 생멸하는 현상들과 별개로 무생무멸이라 할 어떤 실체가 따
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상의 이치에 눈을 떠 유보 없이 수용
하는 것이 무생법인이다. 무생법인의 ‘인忍’ 자는 참고 수용한다는 뜻,
깨닫는다는 뜻, 물러나지 않는다는 뜻을 갖는다.
그런데 이러한 제법의 실상을 깨달아 수용하는 일이 있으려면 적어
도 나라는 주체, 제법의 실상이라는 대상이 따로 있는 차원은 아니라
야 한다. 나와 대상을 나누는 분별적 눈으로는 현현된 것의 차별상만
을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무생법인의 차별 없는 평등상을 깨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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