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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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자는 물론 돈점조차 세울 자리가 없는 것이 여래선이라는 말이다.
조사선과 여래선을 차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가 헛된 것
임을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조사선을 내세웠을 때는 어떤 현실적 요구가 있었을 것
이다. 요컨대 조사선의 제시는 우는 아이 달래려고 누런 나뭇잎을 황
금 대신 흔들어 보여준 일에 해당한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여래선 밖
에 조사선을 따로 세워 고하심천을 논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라고 단언한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허다한 논의들을 단칼에 잘라내 버
린다. 그것은 무생법인의 복잡하고 뒤얽힌 논의들을 진무생, 진무심으
로 정리하여 공부의 방향을 뚜렷이 한 일과 일맥상통한다. 무생법인을
세분하고 여래선과 조사선을 분별하는 일체의 논설들을 일도양단하여
오직 생멸 없는 실상에 바로 안착하도록 이끌고자 하는 것이 성철스님
의 설법 의도인 것이다.
3. 문장 인용의 특징
【5-1】 聲聞은 不知聖心이니 ①[本無地位因果階級, 心量妄想,
脩因證果,] 住於空定이요 ②[八萬劫二萬劫, 雖卽已悟, 悟已却
迷.] 諸菩薩은 ③[觀如地獄苦,] 沈空滯寂하야 不見佛性이라 若是
上根衆生이면 忽④[爾]遇善知識指示하야 言下에 領會하야 更不歷
⑤[於]階級地位하고 頓悟本性이니라
선문정로 성문聲聞은 불타의 성심聖心을 모르니 공정空定(人空)에 주착
제5장 무생법인 · 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