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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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는 관찰하고 의식하는 주체가 사라져야 한다. 그리하여 생멸 없

             는 진여의 마음에 계합해야 한다. 무심無心이 되어야 한다.
                성철스님은 무생법인의 다양한 설법을 인용하는 대신 바로 무심을

             강조하는 문장들을 인용한다. 그리고는 “망념이 멸진하면 이것이 무생
             이다.”라는 말로 이 장의 설법을 끌고 나간다.

                여기에도 돈오원각, 구경무심, 실참실오를 강조하는 성철선의 특징
             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대체적으로 교가의 설에 의하면 무생법인은 초

             지初地 보살이나 7지, 혹은 8지, 혹은 9지보살이 증득하는 경계이다.
             경전에 따라 그 기준이 각기 다른 것이다. 무생법인의 의의는 이를 계

             기로 뒤로 물러나는 일이 없는 불퇴전의 자리에 들어가게 된다는 데 있
             다. 그래서 무생법인을 증득한 보살을 아비발치, 즉 불퇴전보살이라 하

             는 것이다. 특히 대승불교에서는 이처럼 번뇌가 일어나지 않아 오직 중
             생을 제도하겠다는 발원만 남게 되는 제8지 부동지不動地 보살의 자리

             가 중요하다. 중생제도를 위해 생멸을 거듭하되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부동의 마음을 성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것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 “경전에서 여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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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로 무생법인을 설하고 있지만 묘각만이 진무생眞無生” 이라는 것이
             다. 영원한 깨달음을 무생법인으로 규정한 마조스님의 설법이 그 논거
             가 된다. 마음과 대상경계를 깨달아 망상이 생겨나지 않는 것을 무생법

             인이라 한다는 마조스님의 설법이 그것이다. 성철스님은 무생법인을 10
             지를 초월한 구경무심의 증오證悟와 등치하여 설명한다. ‘한 번 깨달으

             면 영원히 깨닫는다(一悟永悟)’고 한 마조스님의 깨달음은 구경각 외에
             다른 것이 될 수 없으므로 무생법인 또한 구경각의 성취와 다를 수 없




              120   퇴옹성철(2015), p.121.



                                                             제5장 무생법인 ·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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