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住著하여 있고, 모든 보살은 공空(人空)에 침잠沈潛하고 적寂(法空)에 체
류滯留하여 불성을 보지 못한다. 만약에 상근중생上根衆生이면 홀연
히 선지식의 지시를 받아서 언하言下에 요연了然히 영회領會하여 ⑤[다
시는 계급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 본성을 돈오하느니라.
현대어역 성문은 성스러운 마음에 [본래 지위나 인과나 계급이 없음
을 모르고 마음으로 헤아리고 망상으로 생각하여 원인을 닦아 깨달
음이라는 결과를 증득하고자] 모든 집착을 내려놓은 선정에 머문다.
[이렇게 8만 겁, 2만 겁을 머물며, 비록 깨달았지만 깨달은 뒤 다시
미혹하게 된다.] 모든 보살은 [지옥의 고통을 관하므로] 공에 빠지고
고요함에 걸려 불성을 보지 못한다. 상근기의 중생은 문득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게 되면 말끝에 깨달아 다시 계급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
본성을 단번에 깨닫는다.
[해설] 『마조어록』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성문은 공을 하나의 지향점
으로 생각하므로 그것에 집착하여 불성을 보지 못한다. 보살 또한 중
생들의 구원이라는 지향이 있다. 이에 비해 상근기 중생은 선지식의 가
르침을 듣는 순간 지위 계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성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자성이 본래 완전히 갖추어져 있으므로 선악의 양변에 걸리지
만 말라, 전체 이대로 성인의 마음이므로 수행에 기댈 것 없이 이 마음
만 바로 보라는 것이 여기에 인용한 마조스님 법문의 주제이다.
이 중 ①과 같이 ‘본래 지위나 인과나 계급이 없다(本無地位因果階級)’
는 구절이 생략되었다. 이 구절은 일체 만법이 생기지 않는 무생법인의
도리와 그것을 단박에 깨닫는 돈오의 원리를 설파하는 데 있어서 효과
적이다. 그런데 왜 이것을 생략한 것일까? 이 효과적인 구절의 생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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