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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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점점漸漸하여 공부가 오매가 일여한 시時에 도달하거든, 다
못 심중心中에 화두를 이각망실離却忘失하여서는 안 된다. 참구하여
정망情忘하고 심절心絶한 심처深處에 도달하면, 금오金烏가 야반夜半에
철천徹天하여 고비高飛하리니, 그때에 비희심悲喜心을 내지 말고 모름
지기 본색정안本色正眼을 왕참往參하여 영영永永히 의심을 결단하라.
현대어역 점차 오매일여한 때에 도달하리니, 오직 화두가 마음을 떠
나지 않도록 하라. 화두의심으로 감정을 잊고 마음이 끊어진 자리에
도달하면 밝은 태양이 한밤중에 하늘을 뚫고 날아오르리라. 그때 희
노애락의 마음을 내지 말고, 반드시 진짜 도인을 찾아 의심을 영원
히 끊도록 하라.
[해설] 조주선사의 ‘무無’ 자를 간하는 법을 설한 태고스님의 설법이
다. 간화선의 핵심은 모든 시간과 모든 상황에 끊어짐 없이 참구를 이
어가는 데 있다. 모든 순간에 오직 무無 자를 들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어미 닭이 알 품듯이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오매일여의 차원이
제시된다. 끊어짐 없이 참구를 이어가노라면 화두와 한 몸이 되는 단
계, 즉 어묵동정에도 항상 화두가 떠나지 않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오
매일여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태고스님은 임제종 19세 석옥청공스
님의 인가를 받고 해동 임제종의 초조가 된다. 귀국 전 원나라 황제가
그를 초치 접견한 후, 연경燕京 영녕사永寧寺의 개당설법을 청하고 금란
가사를 하사할 정도로 스님의 깨달음은 당시에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
성철스님은 태고스님이 오매일여를 실경계로 성취했다는 점, 그리고
이것을 뚫고 대오하였기 때문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
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하였다. 태고스님의 게송 중 “완전한 무심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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