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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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공부가 이미 동정動靜에 간단間斷 없으며 오매에 항상 일여
함에 이르러 저촉抵觸하여도 산거散去하지 않고 탕탕蕩蕩히 망실亡失
되지도 않는다. 구자狗子가 극열極熱한 유당油鐺을 봄과 같아서 핥으
려야 핥을 수도 없고 버리려야 버릴 수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
당한고?
현대어역 공부가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중간에 끊어지는 일이 없
으며 깨어 있거나 잠자거나 항상 한결같아지면 건드려도 흩어지지 않
고 쓸어내도 사라지지 않게 된다. 그것은 마치 개가 뜨거운 기름솥
을 보는 것 같아서 핥으려 해도 핥을 수 없고,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게 된다. 이때 어떻게 하면 말끔히 매듭지을 수 있겠는가?
[해설] 나옹스님의 ‘공부10절목工夫十節目’ 중 오매항일의 단계에 대한
묘사이다. 나옹스님은 입문3구 入門三句 247 , 3전어三轉語 248 , 공부10절목
등과 같이 점검의 표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공부10절목’은 열 가지
의 단계별 표준과 공부 과제를 제시한다. ①모양의 벗어남(超聲越色), ②
바른 공부(正功), ③바른 공부의 성숙(熟功), ④진공에의 계합(打失鼻孔),
⑤의식과 마음의 멈춤(意識不及, 心路不行), ⑥깨어 있거나 잠들거나 항상
한결같음(寤寐恒一), ⑦구속이 사라짐(啐地便折, 嚗地便斷), ⑧자성의 본질
과 응용(自性本用, 隨緣應用), ⑨생사로부터의 해탈(要脫生死), ⑩돌아가는
자리(須知去處)가 그것이다.
247 李能和著, 『朝鮮佛教通史』(『懶翁和尙語錄』)(B31, p.527b), “「入門三句」, 入門句分
明道, 當門句作麼生, 門裏句作麼生.”
248 李能和著, 『朝鮮佛教通史』(『懶翁和尙語錄』)(B31, p.527b), “「三轉語」, 山何岳邊止,
水何到成渠, 飯何白米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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