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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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정로 무심의 5위 중에 이생異生에게 4위가 있다 함은 멸진정을
제외한 것이요, 성중聖衆은 오직 후後의 3위三位뿐이며, 불과 8지 이
후의 자재보살은 유독 멸진정만 있어서 수면과 민절이 없나니, 이 2
종二種은 악법이므로 현상現狀으로는 수면하는 것 같아도 실질로는
없는 연고요, 즉 2승二乘의 무학無學들도 또한 민절이 있느니라.
현대어역 무심의 다섯 지위 중에 중생인 범부에게 네 가지가 있다는
것은 멸진정이 없다는 뜻이다. 성인의 지위에서는 뒤의 세 가지만 있
고, 부처와 8지 이상의 보살은 오직 멸진정 하나만 있고 수면과 혼절
이 없다. 이 두 가지는 법을 벗어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수
면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없으며, 성문이나 연각의 아라한에게
도 혼절이 있기 때문이다.
[해설] 바로 【8-8-①】에 인용된 『성유식론』의 문장에 대한 『종경록』
의 설명이다. 범부와 외도는 선업을 쌓고 선정을 닦아 천상적 차원의
삶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처럼 무상정과 그 과보로 나타나는 무상천
은 아무리 고차원이라 해도 의식적 지향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비록
욕망을 벗어난 색계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의식적 조작이 남아 있으
며 자칫하면 다시 욕계로 떨어질 수 있는 한계를 안고 있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상천과 무상정은 여전히 중생의 차원이다. 또한 몸을
비롯한 모양의 구속이 남아 있는 한 수면과 혼절을 피할 수 없다. 이
에 비해 중생은 지향하는 바가 있으므로 지향하는 주체와 지향할 대상
까지 사라진 멸진정과는 인연이 없다. 그래서 다섯 가지 중에 멸진정을
뺀 네 가지가 있다고 한 것이다.
이에 비해 아라한이나 10지보살(초지~7지)의 성위聖位에 들어가면 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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