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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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하는 간화선을 혼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수행법으로 체계화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경계 체험으로서의
수행, 실경계 체험으로서의 깨달음을 강조하는 이러한 실참실오론의
제시는 성철선의 주된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비롯되는 문제점 또한 없지 않다고 지적된다. 일념
불생, 오매일여에 대한 강조로 인해 그것에 집착하는 또 다른 집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매일여가 되지 않음에 걸려 앞으로 나
아가지 못하고 그에 집착하던 대혜스님의 예가 있다. 원오스님은 이것
이 망상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그대가 지금 말하는 허다한 망상이 끊
어질 때 저절로 오매항일의 자리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가르침이 그
것이다.
오매일여가 성취되지 않음을 고민하는 것도 집착이고 망상이다. 그
런 점에서 성철스님의 오매일여 등의 기준 제시가 불교의 깨침을 어떤
절대적인 것으로 객체화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도 한다. 한마디로 법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간화선 수행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간
화선은 간절히 알고자 하는 마음에 의해 오직 모를 뿐인 자리로 거듭
나아가는 의정을 본질로 한다. 의정은 심화 확산의 과정을 거쳐 의단
이 독로하는 차원에 도달한다. 이러한 간화선의 원리를 충실히 구현하
는 입장이라면 오매일여의 관문이 집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이 뭣고’, ‘왜’, ‘어째서’의 활구는 어떤 관념, 어떠한 지향도 붙을 수 없
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매일여는 수행이 성숙해 가는 수행자들
을 겨냥한 가르침이다. 그렇지만 오매일여가 곧 견성인 것은 아니다. 성
철스님은 이 또한 뚫고 지나가야 할 관문임을 강조한다. ‘무심 또한 한
제9장 사중득활 · 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