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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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성철스님은 여기에서 일념불생 등을 오매일여로 환치하고 이것을
투과해야 진정한 견성이라고 강조점을 바꾼다. 사중득활 설법의 특징
과 의의를 이해하려면 성철스님의 무심에 대한 규정이 제한적이며 협의
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철스님은 제6식이 소멸해도 제8아뢰야
식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무기무심無記無心, 즉 알아차림이 없는 무심이
라 본다. 무기무심은 승묘한 경계이기는 하지만 결국 수행자를 머물도
록 유혹한다. 그래서 이것을 제8마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이 마계를 넘어서야만 진여의 진무심眞無心에 이
르게 된다. 그러니까 대혜스님이 도달했던 제7지 무상정의 몽중일여 경
계는 물론이고, 제8지 이상 멸진정의 오매일여 경계 역시 반드시 극복
해야 할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오매일여와 사중득활의 경전적 근거를 대혜스님과 설암
스님의 경우에서 찾는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다. 숙
면시에 항일한 오매일여를 투과해야 견성에 이를 수 있고 사중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성철스님의 주장이다. 그런데 설암스님 등의 경
우, 몽중시에 주재할 수 있는 상태에서 화두를 들어 견성하였다. 그리
고 이것을 사중득활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분명 출발은 숙면시에 주인
공은 어디 있는가에서 했다. 그런데 숙면시에도 주재함이 있는 경계를
얻었다는 말 대신 크게 깨달았다는 말이 나온다. 설암스님이나 그 법을
이은 고봉스님이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숙면시의 여
일함’은 실경계가 아니라 일종의 화두로 제시된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
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성철스님은 비약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대혜스님이 도
달한 경지는 분명 제7지 무상정의 죽은 경계였다. 그렇지만 이것을 투
과하여 단번에 구경지에 이르는 상근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제9장 사중득활 · 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