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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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니까 나산스님은 두 번 대답한 것이다. 그래서 그중 하나를 생
략한 것이다.
③의 긴 문장을 생략하였다. 나산스님의 답변이 가리키는 바를 깨
닫지 못해 3일 후에 다시 와서 질문하는 상황을 기술한 것이다. 이것
을 생략함으로써 구체적 상황을 지우고 보편적으로 통하는 도리를 드
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 흥미진진한 문장이 바로 그 뒤에 나오는 쌍명
쌍조의 핵심 설법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이 구절이 없는 것이 핵심을 드러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9-13-⑤】 雙照雙遮하며 同生同死하고 全明全暗하며 全殺全
活이로다
선문정로 쌍조쌍차雙照雙遮하며 동생동사同生同死하고 전명전암全明全
暗하며 전살전활全殺全活이로다.
현대어역 완전히 비추는 동시에 완전히 가리고, 완전히 사는 동시에
완전히 죽고, 완전히 밝은 동시에 완전히 어두우며, 완전히 죽이는
동시에 완전히 살린다.
[해설] 바르게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부정된다. 그래서 ‘아니고 아니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것에 대한 긍정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렇고 그렇다.’
혹은 말과 생각이 전혀 통하지 않는 차원으로 뚫고 나아가고, 혹은 일
체의 하찮은 것들이 남김없이 인정되는 차원으로 돌아와 편안히 몸을
눕힌다. 혹은 가리키는 곳마다 완전한 진리의 결정체가 드러나고, 혹은
제9장 사중득활 · 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