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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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를 인도의 선사들이었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러므로 달마스

             님이 유식학의 수행에 밝았던 것은 자연스럽다. 나아가 유식학의 핵심
             을 담고 있는 『능가경』을 혜가스님에게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유식학은 선종 수행의 바탕이 된다. 5조스님이 6조스님에게 법을 전할
             때 소의경전이 『금강경』으로 바뀌기는 하였지만 6조스님의 대원경지에

             대한 주목할 만한 법문들이 있게 된 것도 선종이 유식에 바탕하고 있
             었던 저간의 상황과 관련이 깊다.

                대원경지와 관련하여 이런 일이 있었다. 지통이라는 스님이 『능가경』
             을 천 번 넘게 읽었지만 세 가지 부처의 몸과 네 가지 지혜(三身四智)의

             뜻을 깨닫지 못해 6조스님을 찾아와 그 뜻을 묻는다. 6조스님은 간단
             하면서도 분명하게 대답한다. “청정법신은 그대의 본성이고, 원만보신

             은 그대의 지혜이며, 천백억 화신은 그대의 행동이다.” 그러자 지통스님
             이 다시 묻는다. 세 가지 부처의 몸에 대해서는 알겠는데 네 가지 지혜

             는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6조스님이 답답해한다. 세 가지 부처의 몸이
             무엇인지 안다면 네 가지 지혜를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3신과 4지

             는 한 몸의 다른 측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노래
             한다.



                대원경지는 청정한 자성이며
                평등성지는 병 없는 마음이며
                묘관찰지는 의도함 없이 밝게 봄이며

                성소작지는 둥근 거울과 같다.           282





                 『
              282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56a), “大圓鏡智性清淨, 平等性智心無病. 妙觀察智
                 見非功, 成所作智同圓鏡.”



                                                            제10장 대원경지 ·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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