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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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그것을 인용하기는 하였지만 감산스님의 설법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

            는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돈오점수의 주장만 해도
            감산스님은 상상근기가 아니라면 돈오점수일 수 있다고 그것을 부분적

            으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그뿐인가? 성철스님이 높이 인정한 『대승기신
            론』이나 『종경록』 역시 같은 방식으로 돈오점수를 인정한다. 결과적으

            로 경전의 인용을 통해 그 가르침의 권위를 증명하려는 성철스님의 시
            도는 굳이 따지자면 손익이 반반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성철스님이 이러한 설법을 통해 어떠한
            효과를 거두고자 했는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선문정로』나 『백일법문』

            을 읽을수록 무엇이 환하게 풀리지 않고 가슴이 꽉 막힘을 느낀다. 아
            무리 보아도 성철스님은 듣는 사람을 시원하게 해주기 위해 설법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알고 이해하는 일은 유심의 차원이므로 구경무심을
            향한 무심의 실천에 장애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성

            철스님은 꽉 막혀 알 수 없는 답답한 자리로 우리를 끌고 간다. 그 답
            답함이 우리를 수행으로 몰아붙인다. 성철스님은 우리를 수행으로 몰

            아붙이기 위해 설법하였다.
               이 공부에 화두선의 활구참구 외의 다른 것은 고려되지 않는다. 성

            철스님은 스스로 체험한 바 당장 무심을 실천하여 궁극적 무심에 이르
            는 활구참구의 직선 도로에 비해 유심에 호소하는 일은 너무 우회하는

            흠이 있다고 보았다. 오로지 모를 뿐인 자리에서 간절히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다 보면 저절로 분별심이 사라지고 제8식을 투과하여

            무심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일시적 무심에 만족하지
            않고 크게 죽어 다시 되살아나는 일이다. 그리하여 원명부동하고 담연

            상적한 대원경지를 구현하기까지 멈추지 않고 수행하자는 것이다. 이것
            이 설법을 통해 우리를 답답함으로 끌고 가는 성철스님의 진정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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