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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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①의 ‘스님(師)’을 ‘위산潙山’으로 바꾼 것은 설법의 주인공을 구

             체적으로 밝히기 위해서이다. 이로 인해 인용문은 원전에 기대지 않고
             독립하여 기능하게 된다.

                ②에서 『능엄경』의 구절을 생략한 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산스님의 뜻하는 바와 『능엄경』의 문맥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

             려한 결과로 보인다. 성철스님이 보기에는 위산스님의 제8식 미세유주
             의 멸진을 핵심으로 하는 이 설법에 굳이 『능엄경』의 구절이 들어오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
                ③과 ④의 ‘곧 즉卽’ 자의 생략은 단순 생략에 해당한다. 한글 현토가

             있으므로 ‘곧 ~이다’는 뜻의 술어로 기능하는 이 글자가 없어도 된다고
             본 것이다.

                ⑤의 ‘갖출 구具’ 자는 ‘함께 구俱’ 자의 오자이다. 성철스님의 번역문
             에는 ‘미세유주微細流注는 함께 진애塵埃가 되느니라’로 되어 있다. 단순

             오자이므로 교정해야 한다.
                ⑥과 같이 ‘먼지와 때(塵垢)’를 ‘먼지와 티끌(塵埃)’로 바꾸었다. 위산스

             님이 인용한 『능엄경』의 구절을 보면 6근과 6경은 먼지(想相爲塵), 심의
             식은 때(識情爲垢)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진구塵垢’를 ‘진애塵埃’로 바꾼

             것이다.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관계에 있으므로 이 변환으로 인해 뜻에
             큰 차이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진애가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는 점

             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조스님의 게송에 보이는 “본래 한 물건
             도 없는데, 어디에서 먼지가 일어나겠느냐(何處惹塵埃).”는 구절을 통해서

             도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미세유주의 소멸을 강조한 위산스님의 종지와 『능엄경』 사이의 문맥적

             틀어짐을 의식한 변환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⑦의 생략이 있다. 원래 인용문을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




                                                            제10장 대원경지 ·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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