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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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현한다 함은 불과위佛果位 중에서는 경지鏡智를 무구無垢라 하니 이

               것은 청정진여인 까닭이다. 경지鏡智로 상응하면 법신이 현현하여서
               시방진찰十方塵刹을 보조普照하여 이理와 지智가 일여하므로, 바야흐

               로 구경인 일심의 본체를 증득하는 것이니 이는 유식唯識의 극칙極則
               이며 여래의 극과極果이다. 밝게 관찰하니 이 제8식이 심잠深潛하여

               난파難破하니, 차식此識을 사호絲毫라도 투과透過하지 못하면 끝까지
               생사안두生死岸頭에 체재滯在한다. 고덕古德과 제조諸祖가 이 제8식第

               八識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초불월조超佛越祖의 현담玄談을 하지 않았
               거늘, 금인今人들은 생멸심도 미망未忘하여 심지心地에 잡염雜染의 번

               뇌종자를 섬호纖毫도 정결케 하지 못하고서 문득 오도悟道라고 사칭
               하니 어찌 미득未得을 득得이라 하고 미증未證을 증證이라 함이 아니

               리오. 참으로 두렵지 않은가.



               현대어역  이숙식이 소멸하면 인과를 초월하여 대원경지를 성취하게
               된다. ‘무구식이 동시에 발현된다’고 한 것은 부처의 지위에 도달하면

               무구식이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청정한 진여로서 대원경지
               에 상응하여 법신이 드러나 완전한 밝음이 시방의 무수한 세계를 두

               루 비추게 된다. [그래서 ‘시방의 무수한 세계를 두루 비춘다’고 결론
               으로 말한 것이다.] 이치와 지혜가 한 몸처럼 같아져서 비로소 궁극

               적인 한마음의 본체를 증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유식의 궁극의
               도달처이며 여래의 최종 결과이다. 이 제8식은 깊이 잠재된 것이라서

               간파하기 어렵다. 이 제8식을 추호라도 투과하지 못한 부분이 남으
               면 결국 죽고 사는 차원에 머물게 된다. 옛 선지식과 모든 조사들 중

               에는 이 제8식을 타파하지 않고서 부처를 초월하느니 조사를 뛰어넘
               느니 하는 등의 담론을 한 적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생멸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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