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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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보라는 것이다. 감산스님이 유식의 논리에 따라 다양한 층차와 명칭

            들을 보인 이유는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오로지 제8
            식의 철저한 타파가 있기 전까지 수행을 멈추지 말라는 당부의 차원이

            었다. 둘째는 아뢰야식 논의의 목적이 깨달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식의 논의를 배우되 이것을 마음을 깨닫는 일의 참고로 써야지 이름

            과 형상의 분별을 따지는 관념 놀이에 힘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제8미세유주를 영원히 떠나 구경무심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오도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장을 인용했다. 유심의 마지
            막 티끌까지 떨어내고 대원경지를 증득하는 것만을 진정한 견성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철스님의 주장은 감산스님의 입장과
            완전히 동일한 어투와 내용을 갖는다. 특히 생멸심도 끊지 못하고 깨달

            았다고 자칭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그러하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감
            산스님을 드문 선지식으로 추앙한다. 또 그 논의를 “수도인의 통병通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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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적파摘破한 쾌론快論” 으로 찬양해 마지않는다. 여기에서 인용문에
            표시된 바와 같은 생략이 이루어졌다.

               ①의 ‘무구식無垢識’에서 ‘식識’을 생략하여 ‘무구無垢’로 줄인 것은 앞
            문장을 모두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해서이다. 감산스님의 이 문

            장은 원래 현장스님의 『팔식규구송』의 제8식송에 대한 해설을 내용으
            로 하고 있다. 수행의 차원에 따라 제8식에 장식藏識→이숙식異熟識→

            무구식無垢識과 같이 각기 다른 이름이 붙게 된다는 것이다. 인용문은
            이숙식과 무구식에 대해 논하는 구절인데 전체 맥락으로부터 독립된

            문장을 만들고자 이를 생략한 것이다.
               ②의 문단을 생략하였다. ‘그래서 시방의 무수한 세계를 두루 비춘다




             287   퇴옹성철(2015),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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